대표적 군사도시의 하나로 지목됐던 경기도 파주가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TFT LCD 산업집적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LG필립스LCD(이하 LPL) 7세대 라인이 내년 상반기에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관련 협력사들의 진영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일부 협력사들은 이미 사업장 건설을 완료했으며, 일부는 막바지 사업장 건설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TFT LCD 유리기판을 제조업체인 PEG(LPL과 NEG 합작사) 등 소재 협력업체들은 내달 LPL 협력단지인 당동지구에 생산라인을 착공할 예정이다. 반면 탑엔지니어링ㆍ아바코ㆍ케이이엔지 등 LPL 장비협력 3사는 선유지구(40만평) 및 당동지구(20만평) 등 협력단지 이외 지역에 일찌감치 장비 제조공간을 확보하고 LPL 인접공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파주 사업장 건설을 시작, 최근에는 본사 인력 및 생산시설을 대거 이전하고 장비 제조에 본격 착수했다.
현재 이들 업체의 화두는 장비 대형화다. 기존 사업장에서는 6세대(1500×1850) 이하 LCD 유리기판을 다루는 장비를 생산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파주 클러스트는 7세대(1950×2250) LCD 단지로 대형장비 제조공간 확보라는 특명이 내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 장비는 차량을 통한 장거리 운송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유리기판 등 장비 제조사들에게도 소재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인접공급이 요구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구미ㆍ대구 등 본사에서 인력 및 설비를 대거 파주로 이동하고, 회사의 무게 중심도 파주로 옮기는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15일 기자가 방문한 월롱역 부근 탑엔지니어링(공동대표 김원남ㆍ이관행)은 본관과 별도로 마련된 1500평 규모의 클린룸에서 7세대 액정적하장비(디스펜서)를 다른 셀(Cell)공정 장비들과 조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회사 박찬배 부장은 "현재 구미 본사에서 파주로 인력 및 설비의 70%가 이전해 사실상 파주가 본사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구미에는 김원남 대표가 상주하며 다이아몬드휠 절단장비 등 신규 장비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관행 사장은 파주에서 기업경영 전반을 지휘하는 등 이원화 체제를 춰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탄연 지방산업단지에 있는 아바코(대표 배종오)는 1000평 규모의 장비 조립공장에서 인부들이 카세트 반송장치(클린 컨베이어) 대여섯 대를 제조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생산라인에서 만난 이 회사 정중호 과장은 "대구에서 올라와 가족들이 있는 서울과 가까워지긴 했는데, 파주사업장 셋업 및 물량 수주에 경황이 없어 수주일간 집에도 다녀오지 못했다"며 밝게 웃었다.
이날 설계인력 면접을 위해 대구 본사에서 파주를 찾은 배종오 사장은 "파주 사업장은 설비 대형화에 따른 운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대구 본사는 신규 장비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대형장비 조립은 파주사업장에서 전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주 금천동에 있는 케이이엔지(대표 김동관) 사무소에서는 마케팅ㆍ경영기획ㆍ설계 등 40명 정도의 임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최근 구미 본사와 별도로 파주 적성면에 대지 2800평(건평 1200평) 규모의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LCD 물류이송장비 및 적재장치 제조에 본격 착수했다. 파주 사무소에서 만난 김동관 사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최근 신규 장비를 선보일 예정이며,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을 인수ㆍ합병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도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파주의 기업환경과 관련, 본사가 있는 구미ㆍ대구보다 어려움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탑엔지니어링의 한 관계자는 "파주ㆍ일산은 평당 집값이 구미에 비해 2배가 넘고 생필품 가격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통일로와 접한 회사 진입로에 신호등이 없어 출퇴근시 직원들이 차를 몰고 비좁은 비포장 도로로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데, 대형 장비를 운송할 경우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바코의 한 관계자는 "대구 성서산업단지는 LCD 장비에 필요한 부품ㆍ가공 등을 인근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파주에서는 시흥 시화공단과 인천 남동공단 등 2시간 이상 걸리는 지역으로 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향후 LPL 패널 제조라인이 건설될 경우 대규모 인력이 서울과 파주를 오가야 하는데, 자유로의 경우 대부분 구간이 편도 2차선에 불과해 심각한 교통체증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파주가 최대 규모의 LCD 집적단지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경기도와 파주시, LPL이 이같은 문제점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르포 현장속으로] 파주 LPL협력단지를 가다
200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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